집 세면대 아래 배수관이 고장 났습니다.
연식이 있는 아파트라 그런지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합니다.
물을 쓸 때마다 세면대 아래에서 갑자기 물이 떨어졌습니다. 이음새가 벌어지면서 관 연결 부위가 떨어지려 하고요. 배수관 연결 부위가 삭은 겁니다.
수리기사를 부르면 되긴 하는데, 언제 올지도 모르고 돈도 들잖아요. 그래서 일단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사진 몇 장 보내고 물어봤습니다
세면대 아래를 이리저리 찍어서 AI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물어봤습니다.

“이거 함 봐줘. 내가 직접 고칠 수 있을까?”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건데, AI는 쉬운 작업이라고 답하며 부품 하나를 사서 갈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벽트랩 배수관을 만 원 정도에 바로 구매해서, 다음 날 시키는 대로 설치했습니다.
바로 고쳐졌습니다.
옆에서 아내가 보고 있었습니다
이게 사실 더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전까지 저는 아내에게 AI가 좋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전에 썼고요.]
그런데 말로 할 때보다, 눈앞에서 세면대가 고쳐지는 걸 볼 때가 훨씬 셌습니다.
“업무가 편해진다”는 건 추상적입니다. 고장 난 게 고쳐지는 건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수리하는 걸 보고 아내가 “와 이건 진짜 인정이다”라며 저와 AI를 인정하더군요.
그날 이후로 아내가 저를 좀 다르게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AI를 다르게 보는 건지 저를 다르게 보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생각해보니 저는 늘 사진부터 찍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돌아보니, 제가 AI에게 물어본 것들이 대개 이렇습니다.
- 오래된 그릇 안쪽에 흠집이 났는데 계속 써도 되나 → 사진
- 마우스가 자꾸 끊기는데 → 사진
- 빔프로젝터 화면이 흐린데 → 사진
- 회사 문이 틀어져서 안 닫히는데 → 사진
- 이 샴푸 성분은 괜찮은 걸까 → 사진
- 썬크림 이거 싸고 괜찮아 보이는데 평가해줘 → 사진
말로 설명하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세면대 아래에 뭐가 있는데 그게 좀 이상하게 생겼고…”
그냥 찍어서 보내는 게 빠릅니다.
회사에서 하던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전에 회사에서 자료를 어떻게 줘야 할지 몰라 며칠 헤맨 적이 있습니다. 답은 [폴더를 통째로 캡처해서 보여주는 것]이었고요.
그때는 그게 대단한 발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집에서는 그냥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설명하려 하지 말고 보여주기.
업무에서든 세면대에서든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혹시 지금 뭔가 고장 나서 검색하고 계신다면, 검색창에 증상을 글로 쓰는 것보다 사진 한 장 찍어서 물어보는 게 빠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세면대를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