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AI 서비스를 유료 결제한 날이었습니다.
거창하게 시켰습니다. “내가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줘.”
AI가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았습니다.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잠시 후, 예쁜 대시보드가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그게 제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시스템이었다는 겁니다. 시키지도 않은 로그인 화면, 시키지도 않은 게시판.
예쁜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예쁘긴 예뻤습니다.
주문을 바꿔도 쓰레기는 나온다
유튜브를 찾아봤습니다. “너는 20년 경력의 전문 개발자야”라고 시작하라더군요.
그대로 해봤습니다.
또 다른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이번 것도 예뻤습니다. 20년 경력처럼 예쁜 걸 또 만들어 줬습니다.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AI가 바보라서 이렇게 만든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제 업무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서 그런 거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했습니다. 20년 일하면서 제 업무를 남이 알아듣게 처음부터 끝까지 말로 설명해본 적이 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상사가 일 시키듯이
지금 저는 AI에게 일을 시킬 때 한 가지를 가정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에게, 착한 상사가 업무를 설명해준다.”
- 자세하게, 디테일하게 설명합니다.
- 필요하면 예시를 들어줍니다.
- 참고자료까지 챙겨줍니다.
그리고 결과를 가져왔을 때 “여기가 아니라 이렇게”라고 포인트를 집어 피드백하면, 꽤 괜찮은 결과물이 돌아옵니다.
나쁜 상사는 “알아서 해와”라고 하고 결과만 타박합니다. 제가 처음에 AI에게 한 짓이 정확히 그거였습니다.
요즘 제가 보고서를 시키는 방법
지금은 보고서 하나를 시킬 때 이걸 모아서 함께 줍니다.
- 제가 들은 이야기 (회의에서, 지시받은 내용)
- 저의 생각 (방향, 강조하고 싶은 것)
- 기존 자료 (작년 보고서, 유사 문서)
- 참고자료 (관련 규정, 기사 등 모아둔 것)
- 필요하면 이미지까지 (화면 캡처, 사진 업로드)
준비가 좀 필요해 보이지만, 어차피 제가 직접 쓸 때도 모아야 하는 것들입니다. 다른 점은 모은 다음에 밤새 쓰는 게 아니라, 주고 기다린다는 것뿐입니다.
이 방법으로 바꾼 뒤로는, 예쁜 쓰레기를 예전처럼 자주 보지는 않습니다.
코딩 실력은 여전히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예정입니다. 필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게 나왔을 때.
다음 글은 그때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