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고 싶어 만들었습니다

제가 시스템을 만든 이유를 그럴듯하게 쓸 수도 있습니다. 조직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 데이터 일원화의 필요성을 절감해서.

하지만 솔직히 이걸 위해서 시작한 건 아닙니다.

인정받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옆 기관에서 본 것

어느 날 다른 기관의 과제 평가 방식을 보게 됐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시스템에 로그인해서 평가를 하더군요.

우리는 그때 종이에 인쇄를 해서 평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저런 거 있으면 좋겠는데.”

그 생각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요즘 유행한다는 바이브코딩이라는 걸 한번 해볼까 싶었습니다. 안 되면 말고. 어차피 남는 시간에 하는 거니까요.

어, 되네?

됐습니다.

당연히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삽질도 많이 했고, AI에게 시켜놓고 이상한 결과만 보는 날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쓸 담당 직원분에게 테스트도 여러 번 부탁했습니다.

그래도 로그인이 되고, 심사 화면이 뜨고, 점수가 저장됐습니다.

내가 시킨 게 실제로 돌아가는 걸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코드를 한 줄도 못 읽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자랑하러 갔다가

속으로 뿌듯해하며 사업부서 팀장에게 보여줬습니다. 한번 써보시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놀라는 얼굴이 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만드셨어요? 이걸 다 만드셨다고요?” 같은 말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돌아온 말은 이거였습니다.

“다른 기관에 가보니 AI로 사업계획서 요약도 해주던데요.”

네. 그렇군요.

겉으로는 “아, 그래요?” 하고 억지로 웃었습니다. 속으로는 자존심이 좀 상했습니다. 나이 들어 이런 걸로 상하나 싶었지만, 상하는 건 상하는 거더군요.

그래서 다시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말로 시키는 거니까요.

돌아와서 AI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로컬 AI를 이 시스템에 붙일 수 있어?”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붙였습니다. 서류를 요약해주는 기능이 생겼습니다.

AI가 사업계획서를 요약해주는 과제 평가 화면 (데모 환경, 가상 데이터)

붙이고 나니 욕심이 생겨서, 아마 다른 기관에는 없을 재무제표를 읽어 숫자를 뽑아내는 것까지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동기는 유치했지만 결과물은 유치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제가 배운 것 중 하나입니다. 시작하는 동기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

“그거 억 단위 들었대요”

기능을 붙이던 중에 담당 팀장이 지나가듯 말했습니다. 다른 기관에서 비슷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억 단위가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요.

그 말을 듣고 제가 한 생각은 이랬습니다.

‘나는 그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합니다. 그런데 그 단순한 생각들로 두 달을 밀고 갔습니다.

그리고 진짜 칭찬을 받았습니다

테스트를 거쳐 실제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전해 들었습니다. 담당자들이 이런 걸 어떻게 만들었냐고, 돈이 많이 들었냐고, 다들 좋다고 했다더군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원래 그거 들으려고 시작한 거니까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럼 이것도 만들어볼까, 저것도 만들어볼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두세 달 전 이야기입니다

지금 쓰고 보니 오래전 일 같지만, 이게 불과 두세 달 전입니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옆 기관이 부러웠고, 자랑하고 싶었고, 기대한 반응이 안 나와서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혹시 “나도 뭔가 해볼까” 싶은데 이유가 시시해서 망설이고 있다면, 제 이유는 그보다 더 시시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로컬 AI를 어떻게 들여놨는지 쓰겠습니다. 회사에서 ChatGPT나 AI를 잘 못 쓰시는 분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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