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에 정말 죄송한데요…”
이렇게 시작하는 카톡이 있습니다.
보내는 저도 알고, 받는 사람도 압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요.
그런데 방법이 없습니다. 그 일은 그 사람만 아니까요.
저는 20년 넘게 작은 조직들에서 일했습니다.
규모가 좀 있어도 200명 이하. 이런 곳은 제대로 된 전산시스템을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돈도 사람도 부족하니, 결국 사람이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시스템인 조직은, 사람이 빠지면 멈춥니다.
담당자가 휴가면 그 업무는 일주일 쉽니다.
퇴사하면… 더 깁니다.
진짜 파일을 찾아서
전임자가 떠나고 인수인계 폴더를 열었을 때의 광경입니다.
– 최종.xlsx
– 최최종.xlsx
– 최종_수정.xlsx
– v3.xlsx
– v3_진짜최종.xlsx
– ★보고용.xlsx
대기업은 문서 작성이나 파일명 규칙이라는 게 있다던데, 작은 조직은 그런 교육이 없습니다.
파일명은 담당자 마음입니다.
결국 수정 날짜로 정렬해놓고 탐정처럼 추리를 시작합니다.
“★보고용이 제일 최근인데… 내용은 v3_진짜최종이 더 많은데…”
그렇게 하나를 골라도, 그게 진짜라는 확신은 끝까지 없습니다.
비효율이 일상이라 아무도 이상하지 않은 것
저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같은 일을 두 번 하는 게 제일 싫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직에서는 두 번이 기본이고 세 번도 흔합니다.
문제는 비효율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비효율이 일상이 된 지 너무 오래라,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게 진짜 문제였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20년을 그 안에 있으면서 그 “아무도” 중 한 명이었습니다.
오래 있으면 이상한 게 안 보입니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것뿐입니다.
사실 이건 저희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어느 조직이든 크든 작든, 정도의 차이일 뿐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든 생각
거창한 결심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세 가지였습니다.
1. 정보는 한 곳에 모여 있어야 한다. 진짜 파일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면 안 되니까.
2. 규칙이 있어야 한다. 담당자 마음이 아니라.
3. 누가 빠져도 돌아가야 한다. 휴가 간 사람에게 미안한 카톡을 그만 보내고 싶으니까.
그래서 시스템 같은 걸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