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잡은 범인은 제 이름이었습니다

3개월 동안 계속 한번씩 되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개발(?)하는 환경은 제 PC에서 서버 컴퓨터(지난번 산 좀 좋은 PC)로 원격으로 접속해서 AI로 작업하는 환경인데, 이 접속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한번씩 계속 말썽이었습니다.

되다가 안 되고, 고치면 또 안 되고.

접속을 누르면 연결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확히 62초 뒤에 “시간이 초과되었습니다”라고 뜹니다.

기록을 열어봐도… 저는 볼 수가 없습니다. 아는 게 없어서요.

그냥 조용히 기다렸다가 실패합니다.

방화벽이 막았나 싶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프로그램 버전이 안 맞나 싶어 구버전을 깔아봤습니다. 한 번 되더니 또 안 됐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습니다

화면 캡처와 에러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AI에게 보내주기.

원인이 뭘 것 같다는 짐작도 없었고, 어디를 봐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화면에 뜬 걸 통째로 붙여넣고 “왜 안 될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AI가 하나씩 알아서 확인해보더군요. 뭘 하는지는 모르지만 계속 메시지를 내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화면에 띄웁니다.

전부 정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걸 해봤다고 했습니다. 프로그램이 보내는 명령을 그대로 복사해서 직접 실행해봤더니 — 즉시 성공했다고요.

같은 명령인데, 프로그램이 보내면 62초 침묵이고 직접 보내면 바로 됩니다.

그래서 결론이 이렇게 나왔습니다.

서버는 멀쩡하다. 프로그램이 답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서버는 대답을 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이 그 대답을 못 듣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전화는 연결됐는데 수화기가 고장 난 것처럼요.

저는 이 말을 듣고도 무슨 소린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아 이제 되나?” 정도로 알아들었습니다.

설정을 하나 바꾸라고 해서 바꿨습니다.

다시 접속했습니다.

또 안 됐습니다.

솔직히 이때 “역시 안 되네” 싶었습니다. 3개월째니까요.

그런데 에러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62초 침묵 대신, 이번엔 이런 창이 떴습니다.

“이 서버를 처음 봅니다. 계속할까요?”

3개월 동안 한 번도 못 보던 창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이게 고장이 아니라 진전이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문제가 두 번째 문제를 가리고 있었는데, 그걸 치우니까 진짜 얼굴이 나온 거라고요.

범인은 제 이름이었습니다

컴퓨터에는 접속을 담당하는 작은 프로그램이 있는데, 제 PC에는 그게 두 개 깔려 있었다고 합니다. 윈도우에 원래 있던 것 하나, 예전에 다른 걸 설치하면서 딸려온 것 하나.

그런데 딸려온 쪽이 한글로 된 폴더 경로를 읽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제 컴퓨터 사용자 이름은 한글입니다. 제 이름이니까요. 접속에 필요한 정보가 전부 그 폴더 안에 있는데, 그걸 하나도 못 찾고 있었던 겁니다.

“이 서버를 처음 봅니다”라고 물어본 이유가 그거였습니다. 처음 보는 게 아니라 볼 수가 없었던 겁니다.

설정에 두 줄을 넣었습니다. 접속이 됐습니다. 0.3초 만에.

3개월이 두 줄로 끝났습니다.


고쳤는데 또 안 됐을 때, 저는 “역시 안 되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에러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게 진전이었습니다.

어설프게 알았다면 방화벽부터 팠을 겁니다. 방화벽은 아니었으니까요.

기술적인 건 저는 아직도 잘 모릅니다.

제가 한 일을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화면을 찍어 통째로 붙여넣고, “왜 안 될까”라고 묻고, 시키는 대로 하고, 안 되면 “안 되네요”라고 말하고, 또 물어보고.

그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게 전부여도 됐습니다.

혹시 컴퓨터 사용자 이름이 한글이신 분들. “난 아무것도 안 건드렸는데 안 돼” 싶을 때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한 후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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