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처럼 해줘”라고 했더니

기능이 어느 정도 돌아가기 시작하면 다음 욕심이 생깁니다.

예쁘게 하고 싶어집니다.

화면은 뜨는데 어딘가 촌스럽고, 버튼은 있는데 각지고, 여백은 없고. 쓸 수는 있는데 남에게 보여주기는 좀 그런 상태 말입니다.

“그 사이트처럼 해줘”

그래서 AI에게 시켰습니다.

“○○ 사이트처럼 만들어줘.”

해준다고 하더군요.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절반의 실패였습니다. 일부는 비슷해졌는데, 제가 원하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합니다. 저도 그 사이트의 무엇이 좋은지 정확히 몰랐거든요.

색이 좋았던 건지, 여백이 넓어서였는지, 글꼴 때문이었는지. 그냥 “그거 좋더라”였습니다. 그 상태로 시켰으니 AI도 “그거 좋더라”만 받은 겁니다.

그래서 되돌렸습니다

다행히 [되돌리는 법]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되돌리기가 제일 필요한 순간입니다. 디자인은 화면 전체를 건드리기 때문에, 한번 어긋나면 여기저기가 다 이상해집니다. 조금씩 고치려다 더 망가지느니 원래대로 돌리는 게 빠릅니다.

원래대로 돌려놓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DESIGN.md라는 게 있더군요

또 유튜브를 봤습니다. (또입니다.)

홈페이지 만드는 내용을 보다가 DESIGN.md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유명한 서비스들의 디자인 규칙을 문서 한 장으로 정리해둔 것이라고 합니다. 색은 뭘 쓰는지, 여백은 얼마인지, 글자 크기는 어떤 단계로 나뉘는지, 버튼 모서리는 얼마나 둥근지 같은 것들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서를 모아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getdesign.md

애플, 스트라이프, 노션, 리니어 같은 서비스들의 디자인 규칙이 전부 문서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무료였고요.

저는 제일 있어 보이는 걸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애플 것을 받았습니다.

파일 하나 줬을 뿐인데

받은 파일을 그대로 AI에게 던져 줬습니다.

“파일대로 함 만들어줘.”

결과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은데, 깔끔했습니다. 여백이 있고, 글자 크기가 정돈되고, 색이 제멋대로 튀지 않았습니다.

제가 “예쁘게”라고 말했을 때 사실 원했던 게 이거였구나 싶더군요.

취향은 말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 일에서 배운 건 하나입니다.

“예쁘게”는 지시가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른 그림을 떠올리는 단어고, AI에게는 더더욱 아무 정보가 아닙니다. “세련되게”, “깔끔하게”, “고급스럽게”도 전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디자인 규격 문서에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여백 몇, 글자 몇, 색은 뭐.

말로 하면 취향이지만, 문서로 주면 규격이 됩니다.

어디서 본 이야기 같다면

맞습니다. [전에 쓴 이야기]와 같은 구조입니다.

그때는 자료를 어떻게 줘야 할지 몰라서 며칠을 헤맸고, 답은 폴더를 통째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디자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고, 답은 규격 문서를 그대로 주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같은 말입니다.

설명하려 하지 말고, 자료를 주세요.

저는 이걸 두 번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참고로 이 블로그도 처음에는 삭막했습니다. 글만 덩그러니 있고 여백도 폰트도 기본값이었거든요. 결국 폰트와 여백을 손보고 나서야 그나마 좀 봐줄 만해졌습니다.

만드는 것보다 보기 좋게 만드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요즘 두 군데서 동시에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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